곰돌이 푸우가 사는 마을, 위니펙

 리얼터 '도나'의 커뮤니티 탐방 (눈, 그리고 위니펙)

위니펙(Winnipeg, Manitoba)


토론토에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눈이 내렸다. 재작년에 나름 큰맘 먹고 산 스노우 블로어를 꺼내든다. 충전식 배터리를 끼워서 하는 것 중에서는 좋은 것인데도 올해 1월에 내린 큰눈 앞에서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번 눈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어서 제 몫을 해준다.


눈 얘기가 나온 김에 곰돌이 푸우의 실제 고향이기도 한 위니펙을 소개해보겠다.

위니펙은 캐나다 중부 매니토바 주의 주도이며 춥고 기나긴 겨울 덕택에 윈터팩이라는 별명이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은 주로 쇼핑몰 안에서 쇼핑을 하고 다운타운의 상점들은 지하 세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동차는 생존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기도 한데 그런 만큼 도로에 세단보다는 크고 튼튼한 차들이 많이 다닌다.


한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한다. 추워서 어떻게 사냐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사람은 어디서나 다 적응을 하게 마련이다. 위니펙 북쪽 지역에는 겨울에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 있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겨울이면 ‘따뜻한’ 위니펙으로 피난을 오기도 한다. 또한 겨울에 기온이 영하 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이면 간간히 반바지와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볼 수가 있다.

원주민과 유럽에서 온 농업 정착민들, 모피 무역의 독점적 권리를 가졌었던 허드슨 베이 회사의 직원들 그리고 원주민과 유럽 상인들의 혼혈인 메티스들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온 여러 이민자들이 사는 도시 위니펙. 날씨가 추워서 사람이 귀한 만큼 이민자들을 유치하려고 하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위니펙에는 필리핀 커뮤니티가 크고 그들에 대한 평가가 유난히 좋은 편이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 이민자들은 비교적 영주권 받기가 쉬운 위니펙을 캐나다 정착을 위한 경유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필리핀 이민자들은 위니펙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의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니펙의 겨울은 너무 추워서 자동차의 블록 히터를 플러그 인 할 수 있는 전력 공급 기둥이 주차 공간 마다 설치되어 있다. 위니펙에서의 첫 겨울 초입쯤 되었을까. 저녁에 차에서 내려서 전기선을 차에 연결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거구의 아저씨가 어둠 속에서 뛰어왔다. 너무 놀라 주저앉을 뻔했는데, 그는 내 연결선이 작동 안 하는 것 같다며 날씨가 더 추워지면 내 차의 엔진이 얼어터져 큰 곤란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위니펙이 처음인 나를 위해 내 차의 연결 상태가 불량한 것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주차장에서 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뛰어온 것이었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곳! 겨울 내내 녹지 않고 쌓이는 눈을 도로 양쪽으로 밀어붙여 기가 막힌 눈 아트월을 만들고 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절묘하게 눈을 치우는 멋진 스노우 아티스트들의 고향이자 NHL하키 팀Winnipeg Jets의 위니펙 그리고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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